2011년 5월 17일에 작성된 기사로, 심심해서 네이버 켰더니 메인에 딱 있네요.
자극적인 제목을 이용해서 뭔가 굉장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새로울 것도 없는 연구이고 맞는 내용도 아닙니다.
아실만한 분은 저 기사에 나오는 내용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으시겠지요.
일단 기사에서 말하고 있는 '꿀벌들의 의문사'라고 하는 것은 군집붕괴현상(CCD :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알려진 현상으로, 10년 전쯤에 여러 저서들이 나오면서 알려졌습니다. 이때 "꿀벌이 없으면 인류는 멸망한다"정도의 말을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것이 새삼스레 알려지며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군집붕괴현상이란, 어느날 갑자기 벌집 내 꿀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벌들도 힘이 없어 꿀 및 꽃가루 채집을 거의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죽은 꿀벌 자체도 찾지 못해서 꿀벌들이 실종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만, 사실은 꿀벌 시체가 벌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하나씩 발견됩니다.
이때 이 벌들의 배에는 정상적인 줄무늬 외에 반점들이 발견되고 배를 해부해 보면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즉, 어떤 하나의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원인이 되었다고 콕 찝어내기가 뭐한 것이 온갖 병원체들이 다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벌들이 죽은 원인을 하나 추측해낼 수 있는데, 급격한 면역력 감소가 그것입니다.
마치 곤충 에이즈에라도 걸린 것 같다, 고 표현이 되곤 합니다.
지금까지 이 현상의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지목되었습니다. 꿀벌에 서식하는 기생충, 인간의 지나친 전파 사용, 신종 바이러스, 너무 강한 살충제, 기후변화 등 찾아보고자 하면 끝도 없습니다만 대체로 저 다섯 개가 지목되곤 합니다.
이 원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으로 미국인 르완 제이콥슨이 쓴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제법 읽어볼 만 합니다. 다만 종이 질이 아주 좋지 않아 책장에 끼워두면 금방 누렇게 변한다는 것만 빼면...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포스팅을 전에 본 적이 있는데 같이 적어둡니다.
http://blog.naver.com/jbob70/120068846139
길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간에 저 책의 결론은 이겁니다. 한 가지 특이한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저 모든 것이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꿀벌들이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급격한 면역력 감소로 이어진다, 는 겁니다. 그 상황에 대한 간단한 비유가 책에 있고 위의 포스팅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전파가 원인이라는 이 스위스인의 연구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 양봉산업은 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야 도시에서 몇십분 나가면 논밭이 있는데, 기업적 양봉이 이루어지고 CCD로 엄청난 타격을 받은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도시와 농촌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고, 우리네 말로 논이나 밭이라고 하는 것도 엄청나게 넓습니다. 한 사람이 운영하는 농장의 크기가 하루종일 차로 둘러봐도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즉 이런 곳에서는 각종 전파라고 할 만한 것이 발견되기는 참 어렵다는 겁니다.
물론 반론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전파의 세기와 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전파의 세기는 분명히 다를 거라는거죠. 그런데 지금 저 미국의 경우는 아예 전파의 유무가 논의되는 정도이지 전파의 세기를 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이 반론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설령 농촌에 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전파가 있다고 해도, 저 기사의 실험으로는 증명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실험 내용은 벌이 가득찬 벌집 안에 휴대전화를 집어넣고 실험을 한 겁니다. 즉, 일반적으로 절대 일어날 리가 없는 상황이지요. 또한, 벌들이들고 뛰고 한게 정확히 전파 때문인지도 분석되지 않았습니다. 통화모드에서의 휴대전화 화면 불빛이나, 전화가 걸려올 때의 소리,혹은 진동, 그리고 전화하는 동안에 나는 소리 등, 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요인은 많습니다. 정확히 전파 때문이라고 하려면, 휴대전화가 아니라 전파 수신기를 집어넣고 실험을 했어야겠죠.
셋째는 저 기사의 바탕이 된 ABC뉴스라는 곳은 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저 언론이 신뢰할 만한 곳이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ABC뉴스가 과학 전문 집단이 아니기때문에, 기사 내용을 일일이 신뢰할 만한 과학자들에게 검수받을 것이란 추측은... 좀 무리가 있다고 보는군요. 물론 저는 ABC뉴스가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보도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제 생각은, 저 실험의 내용이 정말 신뢰할 만하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면 뉴스보다는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의 과학 전문 잡지에 올라올 거라는 거죠. 자료 출처 자체가 내용의 신뢰성을 크게 반감시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기사에서 지목하는 '일벌 장단'이라는 현상과 군집붕괴현상이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도 한몫 합니다. 군집붕괴현상에선 꿀벌들이 아무 징후 없이 어느날 갑자기 몽땅 사라져 버립니다. 특히 겨울을 거치고 그런 일이 잘 일어납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벌들이 야단법석을 떨다가 분봉을 일으키고 벌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이건 좀 지나친 비난이긴 한데... 저 다니엘 파브르라는 사람 자체도 의심이 갑니다. 이름부터 스위스 사람 이름도 아닌것 같고, 스위스 어디어디 대학, 혹은 어느어느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 것도 아니며 그냥 스위스 생물학자이고 꿀벌 전문가, 라고 나와 있군요. 제가 볼때는 생물학자도 아니고 단순 양봉가일 확률이 더 높다고 봅니다. 저 연구의 질이나 과정 자체가 학사과정 연구에도 한참 못 미칠 뿐더러 이미 실험도 다 된 내용이니까요.
기사 마지막 부분에 휴대전화 전파 가능성 어쩌고 나온 뒤에 전문가들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읽어만 보면 무슨 기존 생물학자들이 권위 세우느라고 생각의 창의성을 무시하는 것 같은.... 적다보니 좀 횡설수설입니다만 무슨 말인진 아시겠죠. 여하간 저런 느낌이 좀 나는군요.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게 괜히 그런 것도 아닐테고 생각 있는 사람들인데 자기 생각 틀리다고 하면 무조건 눈에 불을 켜고 들이대는 기자들 못된 버릇이 여기서 또 나오네요.
어쨌든, 전 저 기사 하나만 보고 휴대전화가 문제라고 딱 결론을 내 버리는 분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는 풍조가 요즘엔 없으니... 뭐라고 적어 놓으면 그것만 읽고 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고등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았으면 한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지요...
- 2011/05/16 20:41
- setorah.egloos.com/54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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